
"그거 하지 마, 관절염 생겨."
어릴 때부터 손가락 마디를 꺾으면 주변에 꼭 한 명씩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죠.
부모님이, 선생님이, 옆자리 친구가.
워낙 오래, 워낙 많은 사람이 말해왔기 때문에 그냥 사실이라고 믿어왔습니다.
뚝뚝 소리가 날 때마다 뻐근했던 관절이 시원해지는 기분도 들었지만,
왠지 관절이 조금씩 망가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게 사실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가 일관되게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어요.
손가락 마디를 꺾는 행위와 관절염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습니다.
오늘은 그 뚝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그리고 왜 관절염과 무관한지 제대로 설명해드릴게요.
🔊 그 뚝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손가락 마디를 꺾을 때 나는 소리의 정체부터 알아야 합니다.

손가락 관절 안에는 활액(Synovial Fluid) 이라는 액체가 들어있습니다.
이 액체는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요.
그 안에는 질소, 산소, 이산화탄소 같은 기체가 녹아있습니다.
손가락을 당기거나 꺾으면 관절 공간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압력이 순식간에 낮아집니다.
압력이 낮아지면 활액 속에 녹아있던 기체가 빠져나오면서 기포(Cavitation Bubble) 가 만들어집니다.
이 기포가 생기는 순간, 혹은 터지는 순간에 그 특유의 뚝 소리가 납니다.
이 현상을 공동현상(Cavitation) 이라고 해요.
팝콘이 터질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관절 안에서 기포가 생기거나 터지면서 소리가 나는 거예요.
뼈가 부딪히거나 뭔가 망가지는 소리가 아닙니다.
한 번 꺾은 후 바로 또 꺾으려 하면 소리가 거의 나지 않습니다.
기포가 생기고 나면 기체가 다시 활액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데 약 15~20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같은 관절을 연속으로 꺾을 수가 없는 거예요.
🔬 소리가 기포가 생길 때 나는 건지, 터질 때 나는 건지 무려 60년간 논쟁이었습니다

사실 이 뚝 소리의 정확한 발생 시점을 두고 과학자들이 60년 넘게 논쟁을 벌였습니다.
1971년 처음 공동현상 이론이 나왔을 때는 기포가 터질 때 소리가 난다고 했어요.
그런데 2015년 MRI 영상 연구에서 소리가 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촬영했더니
기포가 생기는 순간에 소리가 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2018년 Nature 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수학적 모델 연구에서는 다시
기포가 터질 때 소리가 난다는 쪽에 무게를 뒀어요.
아직도 완전히 결론이 나지 않은 주제예요.
뚝 하는 소리 하나를 두고 이렇게 오랫동안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다만 소리가 기포 때문이라는 건 확실합니다.
🏆 60년간 한쪽 손만 꺾은 의사가 있었습니다
관절염 논쟁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미국의 의사 도널드 언거(Donald Unger) 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손가락 꺾으면 관절염 생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지 직접 확인하기로 했어요.
무려 60년 동안 왼손 손가락만 꺾고, 오른손은 절대 꺾지 않았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요.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60년 뒤 두 손을 비교했더니
어느 쪽에도 관절염이 생기지 않았고, 두 손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 연구로 언거 박사는 2009년 이그 노벨상(Ig Nobel Prize) 을 수상했습니다.
이그 노벨상은 "웃기지만 생각해볼 만한 연구"에 주는 상이에요.
물론 한 사람의 사례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이후 진행된 대규모 연구들도 같은 결론을 냈습니다.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꺾는 그룹과 꺾지 않는 그룹 사이에 관절염 발생률 차이가 없었습니다.
⚠️ 단, 완전히 무해하지는 않습니다
관절염은 생기지 않지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어요.

300명 연구에서 관절염은 없었지만,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꺾는 그룹에서 손 부종과 악력 저하가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매번 관절 압력이 급격히 변하면서 주변 조직에 미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예요.
또한 이미 관절 질환이 있거나, 과가동성 증후군(Hypermobility Syndrome) 이 있는 분들은
관절 조작을 습관적으로 하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가끔 꺾는 건 괜찮지만, 이미 관절에 문제가 있다면 조심하는 게 맞아요.
결론적으로, 손가락 마디를 꺾는다고 관절염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수십 년간의 연구가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그 뚝 소리는 뼈가 부딪히는 소리도, 뭔가 망가지는 소리도 아닙니다.
관절 안에서 기포가 생기거나 터지는 소리예요.
60년간 한쪽 손만 꺾은 의사도 관절염이 생기지 않았으니까요.
다만 습관적으로 꺾으면 악력이 약해질 수 있고,
관절에 문제가 있는 분들은 조심하는 게 좋습니다.
관절염 걱정보다는 그쪽이 더 현실적인 이유예요.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사람이 믿어온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뚝 소리 하나를 두고 60년 넘게 연구가 이어진 것처럼,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사실은 아니었던 걸 수도 있습니다.
틀렸다는 게 밝혀졌을 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요.
그게 바로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이고, 생명을 이해하는 방식이니까요.
참고 출처
공동현상 & 소리 발생 메커니즘
- PMC — A Mathematical Model for the Sounds Produced by Knuckle Cracking (Nature, 2018)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5876406/
손가락 꺾기와 관절염 무관 연구
- PubMed — Knuckle cracking and hand osteoarthritis (JABFM, 2011) 🔗 https://pubmed.ncbi.nlm.nih.gov/21383216/
- PMC — Effect of habitual knuckle cracking on hand function 🔗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PMC1004074/
도널드 언거 60년 연구
- Wikipedia — Joint cracking 🔗 https://en.wikipedia.org/wiki/Joint_cracking
최신 종합 리뷰
- News Medical (2025) — Mythbusting: Does Knuckle Cracking Really Lead to Arthritis? 🔗 https://www.news-medical.net/health/MythBusting-Does-Knuckle-Cracking-Really-Lead-to-Arthritis.aspx
'🔬 몸의 신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추우면 감기 걸린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0) | 2026.05.11 |
|---|---|
| 👁️ 인간이 가진 다섯 가지 감각, 사실 그 이상의 감각이 있습니다. (0) | 2026.05.06 |
| 🧬 키 유전은 엄마 쪽? 아빠 쪽? 과학적으로 따져보니 둘 다 아닙니다 (3) | 2026.04.23 |
| 🍜😷감기 걸렸을 때 라면 먹으면 왜 콜록거릴까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0) | 2026.04.19 |
| 겨울철, 밖에 있을 땐 괜찮다가 실내 들어오면 간지러운 이유 ?? (0) | 2026.04.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