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뿌리 바로 아래,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균근균(Mycorrhizal Fungi) 이라는 균류가 살고 있습니다. 균류라고 하면 버섯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우리가 먹는 표고버섯, 송이버섯, 트러플이 모두 여기에 속해요.
이 균류는 나무 뿌리에 달라붙어 함께 삽니다. 그런데 사이좋게 사는 게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관계예요. 나무는 광합성으로 만든 당분을 균류에게 줍니다. 균류는 대신 뿌리가 닿지 않는 먼 곳의 흙에서 인, 질소 같은 영양분을 뽑아 나무에게 돌려줍니다.나무혼자였다면 절대 얻을 수 없었던 영양분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균류는 한 나무에만 붙어있지 않아요. 균류의 가느다란 실, 균사(Hyphae) 가 흙 속으로 뻗어나가 옆 나무, 또 옆 나무까지 연결합니다. 건강한 숲의 흙 한 숟가락 속에 균사가 무려 100미터 이상 들어있다고 해요. 이 거대한 연결망을 과학자들은 재미있게도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 이라고 부릅니다. 인터넷(World Wide Web)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 나무들은 이 망을 통해 서로 먹여 살립니다
이 연결망을 통해 실제로 뭔가 오가는 걸까요, 아니면 그냥 연결만 돼 있는 걸까요.
과학자들이 직접 확인했습니다. 방사성 물질로 표시된 탄소를 한 나무에 주입하고, 시간이 지난 뒤 주변 나무에서 그 탄소가 발견되는지 추적했어요.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탄소가 균류망을 타고 다른 나무로 이동했습니다. 탄소뿐 아니라 질소, 인 같은 영양분도 마찬가지였어요.
방향도 있습니다. 영양분은 무작위로 흐르지 않아요. 햇빛을 충분히 받아 광합성을 잘 하는 나무에서, 그늘지거나 어리거나 아픈 나무 쪽으로 더 많이 흘러갑니다. 마치 형편이 넉넉한 사람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처럼요.
특히 오래된 큰 나무, 이른바 어미 나무(Mother Tree) 는 수백 개의 나무와 연결돼 있고, 어린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더 많이 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죽어가는 나무가 마지막에 주변 나무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영양분을 방출한다는 관찰도 있어요. 마치 유산을 남기듯이요.
🔬 균류는 사실 이타적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시각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해요.
균류가 나무들을 위해 자원을 전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균류 입장에서는 그게 목적이 아닙니다. 균류는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 네트워크를 운영합니다. 나무들 사이의 자원 이동은 균류가 최대한 많은 탄소를 확보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에 가깝습니다.
2023년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는 이 점을 더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기존 우드 와이드 웹 연구들 중 상당수가 원본 데이터를 과대해석했다는 거예요. 나무 사이에 영양분이 이동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나무의 의도적인 협력인지 아니면 단순한 물리적 확산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합니다.
쉽게 말하면 이런 거예요. 버스에서 한 사람이 쓰러지면 주변 사람들이 돕습니다. 이건 의도적인 협력이에요. 반면 에어컨을 켜면 차가운 공기가 자연스럽게 퍼집니다. 이건 물리 법칙이에요. 나무의 경우 지금 과학자들은 이게 전자에 가까운지 후자에 가까운지를 여전히 연구 중입니다.
🌿 그럼에도 숲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논란이 있어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균류망으로 연결된 숲은 연결이 끊어진 나무들의 집합보다 훨씬 건강하고 오래 삽니다. 나무 하나를 베면 그 자리의 균류망이 끊기고, 실제로 주변 나무들의 성장이 느려집니다. 도시에 혼자 심어진 가로수가 숲속 나무보다 빨리 죽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균류망이 없기 때문이에요.
숲은 나무들의 경쟁 무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적어도 땅속에서는, 연결된 것들이 함께 살아남는 방식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그게 의도였든 물리 법칙이었든, 결과는 같습니다.